늦가을의 열병


2005년 11월 22일 by 김 승엽

해마다 늦가을이면 난 열병에 걸린 듯 신문더미를 뒤져 신춘문예 작품 공모라는 기사를 찾아내고야 만다. 마치 자석에라도 끌린 듯 그 기사에 눈을 고정하고 희미한 웃음을 광인처럼 흘리며 가위를 찾아 조심스레 오려 왼쪽 뒷주머니에 집어넣고 심심하면 한 번 꺼내보며 시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곤 한다. 금년에도 여지없이 신문 1면 귀퉁이에 자리 잡은 그 공모 기사를 뒷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몇 번째인가? 형편없는 글 솜씨로 마치 경품이라도 기대하는 모양으로 우체통에 서류봉투 곱게 적은 시편들을 집어넣은 것이. 웃기는 녀석이란 어머니의 웃음에 상 타면 돈 받아서 어머니 드린다는 터무니없는 꿈을 안고 그렇게 한 편 한 편 일 년간 나를 지배했던 이미지들을 떠나보냈었다.
군대에서도 2년 동안 한번 어렵사리 시편들을 떠나보내고 국방일보라는 군인들의 신문에 시를 보내 한 편이 신문에 실린 것을 보고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시를 쓰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어딘 가로 보내는 마음은 마치 욕망과 같다. 꼭 집어 바라는 것은 없으나 어쩌면 나의 감정의 파형을 누구에게로 보내고자 하는 안테나처럼 시를 쓰는 마음은 언제나 읽는 이들의 마음을 향하고 있다. 그것이 신춘문예의 심사위원이거나 자신을 사랑하는 연인이거나 아니면 그 누군가 마음의 빈곤을 시로 채우고자 하는 사람이거나 상관없이 그 모두를 향해 있다.
마치 하나하나 그 안에 숨겨진 옥석을 찾기 위해 자신의 부끄러운 껍질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것과 같이 빈곤해진 시제를 충전하고 껍질을 깨나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그러한 욕망에 일조 한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나 나에게는 그렇다. 자기만족.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성욕과 같은 자신의 시를 보이고 평가받고 싶어 하는 습작생들의 욕망이다.
아직 응모를 위해 써놓은 작품은 없으나 이번에는 웹으로도 작품응모를 받는다니 전처럼 우표 붙이며 느끼던 알 수 없는 흥분은 사라졌어도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아직은 스스로 어리다 생각하니 기회는 아직도 많이 남았으나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새해 첫날 신문일면 시가 올라갈 일을 꿈에서라도 한번 겪어 보았으면 좋겠다.
부끄럽고 치졸한 나의 시들은 이런 꿈 위에서 쓰인다. 그래도 설령 평생 신춘문예 당선되지 않더라도 한번 읽고도 충분히 가슴 뜨거워지는 내 맘 쏙 드는 그런 시를 써봤으면…….
내 습작 노트는 오늘도 꺼멓게 낙서들로 농락되고 있다.

2000년 11월 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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