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핑계
2006년 4월 13일 by 김 승엽Tweet
요즘 새로운 포스트를 올리는 게 뜸하다. 핑계는 "바쁘다"와 "쓸거리가 없다"는 것이지만 내가 보내는 시간들에 대해 곱씹어 보면 그렇게 바쁘지도 않고 요사이 겪은 일들을 솔직하게 적는다면 쓸거리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요즘 버스 안에서 읽고 있는 평론집에 대해 "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공돌이 무식쟁이가 보기에는 알 것 같다가도 한 참 읽으면 머릿속이 횅한 어려운 책이라 어디가서 읽었다고 말도 못하겠다" 는 푸념을 적을 수도 있고, 동아리방에 가서 놀다가 옥상으로 가는 계단 중간에 방치되어 있는 장비더미에서 체리 스위치를 사용한 터미널 키보드를 발견하고 몰래 들고 왔는데 어떻게 써볼까 하고 여기저기 찾아보니 와이어링[1] 이란 작업을 해줘야하며 Alt 키가 키 배열에서 빠져 있어서 넌클릭[2] 체리 스위치의 맛깔나는 키감을 포기하고 다시 가져다 놓아야 겠다는 이야기를 적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포스트로 작성하려고 하기엔 부족한 것 같아서 포기하거나 게으름을 탓하지 않고 -이미 다 말해 놓고서 – 바쁘다라고 자신에게 핑계대는 자신을 발견한다. 잠을 줄이거나 해야할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두면 해결되는 일인데 그것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러고 보니 구상해 놓은 소설(이라고 하기엔 부끄럽지만)도 써야지 써야지 말만 하고 한 페이지도 적지 않았다. – 확실히 게으르고 느슨하며 단순한 놈이 어처구니 없이 성격만 급해서 인생이 피곤한 모양이다. 아! 이 놈의 피곤한 인생. 인생도 좀 모듈화되고 재사용도 가능하며 자동 표준 검사기 같은게 있어서 가끔 검사도 해보면서 편리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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