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받은 심사평
2006년 7월 19일 by 김 승엽 View blog reactions
초보시인님의 무월광은 매우 고전적이고도 효과적인 장치를 사용한 단편입니다. 한 장소에 우연히 모여든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밝히는 과거의 단편, 그리고 서로 확인하는 교차점, 핏빛 파국. 무척이나 연극적이지요. 아쉬운 점이라면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해야할 역할만을 바쁘게 후다닥 수행하고 가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압축된 장소/시간/인물들을 통해 펼치는 이야기에서 인물들이 평면적이면 모처럼 만든 무대 역시 그렇게 변해버립니다. 아무런 의미도, 쓴맛도, 단맛도 없는 단지 한 번의 우연한 칼부림 목격담이 되어버리는 거죠.
2002년에 쓰고서 새로 고쳐봐야겠다고 하던 것을 얼마 전에 다시 읽어보면서 손을 봤다. 잘못된 문장이나 어색한 부분들을 고치고 나서 응모했는데, 이번에 심사위원이 되신 "진산"님이 올라온 작품마다 친절하게 평을 달아주신 덕분에 위와 같은 평을 받았다. 내가 무월광을 고쳐야 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은 역시 "무월광"이라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칼부림, 난 그 자체에 너무 취해 있어서, 한정된 공간에 모인 인물들을 요리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여 캐릭터를 살리고 마지막에 속이 후련해 질 정도로 강렬한 "칼부림찬바라"으로 끝맺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말았다. 이제 알았으니 고쳐야 겠는데 그러자니 칼부림의 원인이 되는 사건이 조금 억지스럽거나 동기가 부족한 것 같아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첫번째 수정에는 4년이 걸렸는데 두번째는 얼마나 걸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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