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서
2006년 8월 11일 by 김 승엽 View blog reactions
고치고 묵히기를 반복한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 마음이 심란한 것을 계기로 다시 꺼내 고쳐보려고 하지만 이번에는 끝을 보게 될 지도 알 수가 없다. 그저 블로그 구석의 카테고리에 다시 묵히게 되는 일 인지도 모르겠다.
서막 (序幕)
그 때는 검이 천하를 호령하는 때였다.
허나 그 기운은 점차 쇠락하여 도(道)는 죽고 술(術)만이 남았으며 그 술마저 피에 물들어 진정한 검의를 깨우친 자는 찾기 힘들었다. 전성(全盛)의 기는 쇠 한지 오래 되었으나 아직도 검이 천하의 율로 남아 있는 것은 영주와 검사들 간의 균형이 팽팽히 맞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높게 솟은 탑 일수록 쉽게 무너지는 법, 한 쪽의 힘이 무너지는 때가 바로 검이 무너지는 때.
검으로 지배되는 세상이 무너질 것이라 아무도 생각지 않는 것 같았으나 실제로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그 곳은 예(禮)와 의(義) 의 땅이었다.
허나 그 것은 점차 잊혀 무례와 불의가 잡초처럼 뿌리를 내렸으며 그로 인해 악인은 득세하고 현자들은 깊은 숲으로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그 곳이 여전히 예 와 의 의 땅으로 불리는 이유는 아직도 옛 일을 잊지 못하는 현자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흙탕물을 일으키기는 쉬워도 그 물이 다시 맑아지기에는 몇 배의 시간이 걸리는 법, 물 밑 바닥에 엎드린 와룡이 맑아진 물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때가 바로 과거의 정의가 되살아나는 때.
흙탕물처럼 시커먼 세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탄식을 내질렀으나 실제로는 천천히 그 원래의 모습처럼 맑아지고 있었다.
그 들은 선한 자들 이었다.
허나 검은 선과 악을 가르지 못하고 예와 의를 더럽혔다. 검이 정의가 되고 선이 되고 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도 그들의 본성이 아직도 선하다 하는 이유는 이제 누구도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선 과 악을 구분하는 자가 존재하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명과 암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듯, 선과 악 역시 확인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신은 주셨을 터.
신의 뜻을 기억하는 자는 많지 않았으나 여전히 그 뜻은 여리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검을 잡았으나 그 이유를 알지 못하며, 시대를 바꾸려 하나 쉽게 바꾸지 못하고, 선하고자 하나 그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그 곳의 몇 몇 검사들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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