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잠식, 정신과 육체


2007년 1월 16일 by 김 승엽 View blog reactions

한세림의 방은 해가 중천에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어둠이 자신의 살이 썩어 들어가는 것을 막아 주기라도 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더 이상 밝은 곳에 나설 마음이 없었기 때문인지 그는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그렇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지금 이대로 몸이 완전히 썩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그런 세림이 손톱이 다 빠져버린 손을 뻗어 검을 잡았다. 칼날을 잡고 검 끝이 자신을 향하도록 하고는 자신의 심장을 겨누어 보았다. 그대로 자신의 심장이라도 도려낼 셈이었는지 칼날을 가슴에 가져다 대었지만 차마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검은 방안의 어둠이라도 깨려는 듯 청명한 소리를 울렸다.

‘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인간도 못되는가? 지금 이런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세림은 이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목을 만져 보았다.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살이 썩어들어가는 지금의 자신, 도대체 무엇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는 되새겨보았다.

어린 아이가 날린 검을 피하지 못한 것도 우스운 일이었고 우운류의 명예란 것을 지키려고 그 들을 죽이려 했던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더러운 검사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손에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묻히려고 하다니…… 자신이 지금껏 지키려 했던 것들을 스스로 무너뜨리려 했던 것이었다.

‘천벌이라도 받은 건가?’

세림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자기 스스로도 어이없다고 느꼈는지 픽하고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 천벌을 받은 거라면 정말 억울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 한번의 실수가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다니 왠지 억울한 느낌마저도 들었다.

그런데 그 때 방문이 열리며 방안으로 이세향이 들어섰다. 양손에 뭔가를 들고 조일후와 함께 들어선 세향은 방안의 냄새에 잠시 코를 막았다가 창에 드리워진 휘장을 걷어내고는 세림에게 다가섰다.
휘장이 걷히자 방안에는 눈이 부실정도의 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 대문에 세림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는지 그의 목에서 가죽 주머니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무슨 짓이냐!”

세림이 눈을 가리며 이렇게 소리치자 세향이 다가서며 말했다.

“보살펴 주고 있는 사람한테 그게 할만한 소리인가? 뭐 하기는 이미 죽은 놈을 보살펴준다는 것이 웃기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야.”

세향이 이렇게 말하며 웃자 옆에 서있던 일후의 얼굴이 그녀의 웃음 소리가 거슬렸는지 잠시 일그러졌다 펴지면서 세림을 향했다.

“아무래도 당신을 이대로 가만 놔두었다간 안될 것 같아서 방법을 찾아봤소.”

일후의 말에 세림이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하고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자 아직도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은 세향이 오른쪽 입 꼬리를 살짝 위로 올리더니 말했다.

“이대로 썩게 놔두기에는 아깝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말일거야. 뭐 넌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쓸만한 존재거든.”

세향의 말이 끝나자 세림의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리고는 세향이 들고 온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무로 짜 맞춘 두 개의 양동이의 한 쪽에는 허연 가루가 가득 들어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검은 색의 천 같은 것이 잔뜩 담겨 있었다. 세림이 대체 저 두 양동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일후에게 물어보려 하는데 열린 방문으로 들어온 바람을 타고 뭔가 진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이건 송진 냄새 인데!’

양동이에서 나는 듯한 강한 송진 냄새를 맡고 세림이 고개를 들어 왜 저 양동이를 가져왔는지 물으려 하자 세향이 그것을 눈치챘는지 세림쪽으로 다가와 그의 팔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이제야 송진 냄새를 맡은 모양이지? 맞아 저 허연 가루는 소금이고 그 옆에 있는 것은 송진을 잔뜩 바른 붕대지.”

세향 에게 팔을 잡힌 세림이 그녀의 말을 듣고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자 세향이 그의 손에 끈을 감아 침상 기둥에 빠른 손놀림으로 묶더니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일후에게 도와 달라는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짐작도 안가는 모양이지?”

세향의 말에 팔을 묶인 세림이 다른 손으로 그것을 풀려 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일후의 손에 자유롭던 손마저 묶이고 말았다. 순식간에 양손을 묶인 세림이 이제 다리를 잡아 묶으려는 세향의 가슴을 발로 차면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지? 어서 풀지 못해!”

세림의 일격에 가슴을 맞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진 세향이 가슴을 손으로 문지르며 천천히 일어서더니 화가 났는지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소리쳤다.

“이런 건방진 놈! 그 썩은 몸뚱이로 날 걷어차!”

세향은 이렇게 소리치고는 어느새 손에 검은색 공을 만들어 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 손을 세림을 향해 뻗자 검은색 공이 방안을 가로 질러 세림의 머릿속으로 스며들 듯 들어가 버렸다. 검은 색 공이 세림의 머릿속에 파고 들자 방금 전까지 양 손에 묶인 끈을 풀려고 발버둥치던 세림의 몸이 힘이 빠진 듯 움직임이 멈추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세림의 옆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일후가 놀란 얼굴로 세향의 얼굴을 바라보자 세향이 손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떨어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정신만 잃게 만들었을 뿐이니까.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지 마!”

그리고는 세림의 머릿속에 들어갔던 검은 공을 끌어당기자 이내 세향의 손으로 돌아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세향은 축 늘어져 있는 세림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그의 양다리도 끈으로 묶고 나서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 것은 한 뼘 정도 길이의 단도였다. 자루에 붙어 있는 금장식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빛에 반짝여 일후의 눈을 어지럽혔다. 세향은 단도를 뽑아 날을 살펴보는 듯 하더니 그대로 침상위로 올라가 세림을 깔고 앉은 채로 고개를 돌려 일후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구경만 할건가? 소금이라도 이리 가져와!”

세향의 말에 일후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소금이 든 양동이를 들고 세림 쪽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썩지 않도록 도와 줘야겠다고 하더니 단도를 꺼내들고 뭘 하려는 거요?”

일후가 묻자 세향이 큭큭 하는 소리를 내며 웃는 것 같더니 갑자기 단도를 거꾸로 잡고 세림의 배에 내리꽂았다. 그 모습에 놀라 일후가 세향과 세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는데 세림은 정신을 잃어서 인지 아니면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슨 짓이요!”

놀란 일후가 이렇게 외치자 세향이 그대로 단도를 내리그어 세림의 배를 가르더니 코를 막고 말했다.

“정말 몰랐던 거야? 그럼 내가 소금을 왜 가져왔다고 생각한거지. 사람이 죽으면 원래 내장이 더 빨리 썩는 법이야.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뿐이야. 설마 내가 이놈을 생선처럼 절일 거라고 생각한건가?”

세향은 이렇게 말하고서는 가른 배에 손을 집어넣고 양쪽으로 벌린 뒤에 일후에게 말했다.

“그 소금을 이 안에다 집어넣어. 빨리!”

세향의 재촉하는 말에 일후가 소금 양동이를 들고 다가섰다. 세향의 말대로 내장은 더 많이 섞었는지 풍겨 나오는 냄새에 눈이 다 따가운 것 같았다. 일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는 세향이 벌린 배안에 소금을 부어넣었다. 배어나온 피에 하얀 소금이 붉게 물들자 세향이 손으로 그것을 한 움큼 집어 뱃속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거의 양동이 반절이나 되는 소금이 세림의 뱃속으로 사라지자 세향이 소금과 피가 잔뜩 묻은 피를 이불에 닦더니 세향의 배 주변에 있는 소금을 치워내고는 실을 가져와 꿰매기 시작했다. 바느질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 엉성하게 세림의 배를 꿰맨 세향이 자신도 지쳤는지 이마에 배어 나온 땀을 훔치고는 일후를 보며 말했다.

“이 짓거리를 다시 안하려면 저 내장을 다 끄집어내야 하지만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기도 쉽지 않으니 할 수 없지. 이제 저 송진 먹인 붕대만 감으면 되는데 그건 당신이 좀 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수 없는 몸이긴 하지만 여자가 남자 알몸에 붕대를 감는다는 건 좀 거슬리니까 말이야”

세향이 이렇게 말하고 침상에서 내려오자 일후가 그녀의 얼굴에 퍼진 미소에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세림 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세림의 팔에 묶은 끈을 풀어내고 그의 윗도리를 벗겨낸 뒤 상체에서부터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피 냄새와 썩는 냄새 거기에 송진 냄새가 섞여 이로 설명할 수 없는 악취에 일후의 정신마저 그 악취에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이 그의 손을 늦추지는 않았다. 송진 덕분에 달라붙는 붕대를 세림의 양팔과 얼굴 그리고 상체에 까지 감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체에 붕대를 감은 일후는 심호흡이라도 하는 듯 깊게 숨을 한번 들이키고는 붕대가 감긴 세림의 양팔을 다시 묶고는 이제 그의 다리에 묶인 끈을 풀기 시작했다. 그 때 즈음 되자 옆에 서서 세림의 몸에 붕대 감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세향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리고 방밖으로 나갔고 뒤이어 일후의 손이 세림의 바지를 벗겨내고는 그의 하체에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붕대를 다 감고 검은 붕대로 온몸이 감긴 세림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일후는 자신이 뭔가 끔찍한 일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의 몸이 썩어 없어지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세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죽은자의 평온해야 할 잠을 그가 방해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자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잠시 그렇게 서서 세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일후는 벗겨 놓았던 바지를 다시 입히고 그의 발을 묶었다. 그리고 일이 다 끝난 것 같아 방 밖으로 나오려는데 세향이 품에 뭔가를 안고 다시 방으로 들어섰다.

“붕대는 다 감은 건가?”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서 세림을 찬찬히 내려다보더니 자신이 가져온 것은 내려놓고는 일후를 바라보았다.

“이제 이 방안에 향을 피우면 끝이겠군.”

“향! 무슨 향을 피운다는 거지?”

일후가 향이란 말에 이렇게 묻자 세향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이 들고 온 향로에 향을 세우고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송진 붕대를 감고 방안의 괴상한 냄새가 송진 냄새만으로 줄어들었다 싶었는데 향을 피우자 더 괴상한 냄새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갖가지 냄새가 섞여 일후의 감각을 괴롭히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갔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과 함께 두통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일후는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이런 냄새는 분명 현세의 냄새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치 이쪽은 죽음과 악취가 가득한 세계라는 생각에 그는 한 시라도 빨리 이 방에서 나가고 싶었다.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일후가 방문 쪽으로 몸을 돌리자 향을 피우고 세림을 바라보고 있던 세향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향냄새가 좋지 않은가? 아니면 이 향이 혼백이라도 불러들일까봐 무서운 건가? 난 단지 이 향이 시체 썩는 것을 막는 일도 한다고 해서 피운 것뿐이야.”

막 방문을 나서려던 일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세향이 어떤 표정일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 재미있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일후는 선뜻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그녀의 그런 얼굴이 두렵다기보다는 지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는 구토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일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 방안의 냄새가 사라지자 몽롱함은 사라지는 것 같았지만 불쾌한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일후는 그의 두통이 가라앉은 뒤에도 계속 오른 손으로 관자놀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일후가 밖으로 나가고 나서도 세향은 나가지 않고 방안의 향내를 맡으며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세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뱃속에 소금을 채운 채 붕대에 감겨 있는 세림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저 남자의 존재가 자신에게 정말 이득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분명 저 남자가 저렇게 썩어 가는 것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강한 힘과 원혼이 만들어낸 괴물.
어쩌면 그대로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나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저 남자의 힘이 필요했다. 그것이 나중에 자신에게 위협이 될지 모른다고 해도 그녀로서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정말 저 남자에게는 불행스런 일이군!”

세향은 뭐가 재미있는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방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때 마침 양조웅이 세향을 찾았는지 두리번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이 냄새는 또 뭐지?”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조웅은 방 안의 괴상한 냄새를 맡고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뒤 이어 손에 들고 있던 종이쪽지를 세향에게 건네며 말했다.

“주인께서 이 쪽으로 누군가를 보내셨다고 하는데.”

양조웅의 말에 세향이 쪽지를 펼쳐보지도 않고 다시 조웅에게 건네며 말했다.

“나한테 줘도 소용없어. 어차피 이 나라 글은 읽지도 못하니까. 그나저나 누군가라니 무슨 소리지?”

세향이 읽지 못한다며 종이쪽지를 다시 건네자 조웅이 픽하고 웃으며 받아 들더니 말했다.

“이세향이 글을 못 읽는다니 그것 참 재미있는 일이군.”

“그럴만한 기회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내용이나 제대로 말해봐”

세향이 웃고 있는 조웅을 바라보며 다그치자 조웅이 쪽지를 옷 속에 집어 넣고 말했다.

“다른이에게 내용이 들킬 것을 염려하셨기 때문인지 쪽지에 정확하게 누구라고는 적혀 있지 않아. 다만 쪽지에는 칼날을 보낸다고 적혀 있을 뿐이지.”

“칼날을 보낸다고.”

세향이 조웅의 말에 알 수 없다는 듯이 이렇게 되묻자 조웅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주인의 칼날이라면 내가 짐작이 가는 사람이 한명 있긴 한데 이게 그 사람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군. 보낸 다는 사람이 그 사람이라면 벌써 십수 년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자 인데……”
조웅은 이렇게 말하고서는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픽하니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 남자가 우리에게 온다면 정말 재미있겠는데!”

“그건 무슨 소리지?”

재미있겠다는 조웅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세향이 물었다.

“내가 알고 있는 주인의 칼날 이라면 강양진이란 사람뿐이야. 그런데 그 강양진이란 남자가 꽤 괜찮은 검사거든.”

“당신보다 실력이 위라는 소리인가?”

세향이 이렇게 말하자 조웅이 픽하고 웃더니 말했다.

“한번도 겨루어 본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말이야. 아마도 그럴걸.”

조웅은 이렇게 말하더니 뭔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세향을 잠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이 하곡에 도착할 때 까지는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때?”

조웅의 말에 세향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는데 이제 사람까지 기다려야 겠군.”

조웅이 그런 곤란하다는 세향의 표정을 잠시 살피다가 침상에 누워 있는 세림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저기 침상위에 붕대로 감아 놓은게 그 썩어가던 놈인가?”

조웅의 물음에 세향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저기 저 남자에 황제가 보낸다는 사람까지 합하면 이제 다섯 사람이 되는 건가?”

세향의 말에 조웅이 웃음을 흘리더니 말했다.

“그래도 제대로 된 사람은 밖에 나가 있는 저 조일후란 자 뿐이구만.”

“그런 셈인가?”
조웅의 말을 세향이 이렇게 받아치더니 방 밖으로 나가며 고개를 돌려 세림을 한번 살펴보고는 말했다.

“다섯이라… 수가 적어서 움직이기는 좋겠군.”

세향의 말에 조웅도 방 밖으로 나서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렸다.

세향과 조웅이 방을 나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저물었는지 방안에 다시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한 무렵, 침상위에 묶여 있던 세림이 눈을 떴다. 이상한 느낌에 누운 채 고개만 들어 자신의 몸을 살펴보던 세림은 몸 전체에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들이 자신의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거라는 느낌에 등 언저리에 알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 저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왜 자신의 몸에 이런 짓을 해 놓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만 한 가지 자신이 괴이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세림은 팔과 다리에 묶여 있는 끈을 풀어 보려고 했지만 그것이 쉽게 풀리지 않자 이를 악 물었다.

자신이 힘으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듯 세림은 깊은 절망감에 한 숨을 내쉬었다가 언젠가 자신과 싸운 적이 있던 이하진이란 검사를 떠올렸다.
왜 자신이 이하진을 떠올렸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얼굴을 떠올리자 왠지 자신의 몸이 썩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나마 잊을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 인정하는 상대를 만났을 때의 흥분 때문이었을까 몸은 썩어가고 있었지만 검사로서의 피는 아직도 그를 몸에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세림은 하진과의 승부를 내지 못했던 싸움을 떠올리며 잠이라도 청하려는 듯 눈을 감았다. 현실을 잊기 위한 잠시 동안의 도피였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것이 그 자신의 몸과 정신을 검사의 어두운 욕망에 점차 빠져들어 가게 하는 것을 그는 눈치 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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