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의 …….


2007년 1월 21일 by 김 승엽 View blog reactions

과거로부터의 …….

멀리 손유책의 집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량이 반가운 표정으로 마차에 앉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사량의 말에 희문의 밖을 내다보더니 말했다.

“말들도 많이 지쳤을 텐데 잘 됐군.”

희문의 말을 듣고 희연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하진을 바라보았다. 마차에 올라탄 뒤 그의 얼굴을 처음 바라보는 것 같
은 느낌이 들었다. 의식적으로 피한 것은 아니었지만 웬일인지 그와는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 희연이 하진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하진이 고개를 들어 희연을 바라보았다. 잠시 어색한 눈으로 마주보던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눈을 돌렸다.

“다 왔습니다.”

사량이 이렇게 말하고 마차에서 내려섰고 다른 이들도 마차에서 내려섰다. 사량이 말들을 풀어 집 뒤쪽에 묶으려 하는데 방문이 열리며 유책이 나타났다.
“무슨 일로 찾아오신 분들입니까?”

사량과 희문을 미처 보지 못한 유책이 하진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유책의 물음에 하진이 뭐라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희문이 마차 뒤 쪽에서 나타나 말했다.

“오래간 만이구만.”

희문을 발견한 유책이 얼른 방에서 나와 마당에 내려서며 예를 취하고는 말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찾아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찾아오실 때가 되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되었습니다.”

유책이 이렇게 웃으며 말하자 희문도 얼굴에 웃음을 띠우고 말했다.

“자네 친구와 같이 왔다네. 그나저나 내가 예전에 부탁했던 일은 알아보았는가?”

“친구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친구를 데려왔다는 말에 유책이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마침 마당 뒤쪽에 말을 묶으러 갔던 사량이 나타나 말했다.

“너무 자주 들르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쫒아내지는 않겠지?”

“쫓아내면 갈 데도 없는 놈이니 그럴 수는 없지.”

사량을 발견한 유책이 반가운 듯 사량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이 누구인지 물어보려고 하다 밖에 사람들이 서있으면 남의 눈에 의심을 받을까 싶어 사량과 희문을 집 방안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제가 워낙 여러 사람에게 눈엣 가시 같은 존재라 몰래 보는 눈들이 많으니 일단 방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그래 그럼세!”

희문과 사량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희연도 안으로 들어갔고 자하와 하진 역시 인하를 부축하여 방안으로 들어갔다.

“누추합니다만 일단 앉으시지요”

유책이 앉기를 권했지만 바닥에 쌓인 책 때문에 다른 이들이 선뜻 앉지를 못하자 사량이 바닥의 책을 치우고 앉으며 말했다.

“앉을 자리를 만든 뒤에 앉으라 할 것이지. 대충 치우고 앉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사량의 말에 희문이 웃으며 바닥의 책을 치우고 앉았고 다른 사람들도 이내 책을 한쪽으로 치우고는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유책도 자리에 앉으려다 말했다.

“이거 손님들이 오셨는데 차도 내오지 않았으니……. 어서 가서 차를 내오겠습니다.”

유책이 이렇게 말하고 방을 나서려고 하는데 희문이 됐다는 듯 말했다.

“차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먼저 내가 부탁했었던 것부터 이야기 해주게”

“아! 그것 말씀이십니까?”

희문의 말에 유책이 이렇게 대꾸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선 사량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자네도 이제는 그 적랑이란 검이 어떤 검인지 알고 있겠구만?”

사량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유책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옆에서 책 하나를 집어 들어 펼치더니 말했다.

“어르신께 부탁을 받은 뒤에 사서들을 뒤지다 찾아낸 겁니다. 저희 가문 조상님께서 쓰신 일기인데 여기에 그 검들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옵니다.”

유책은 이렇게 말하고는 책을 희문 앞으로 밀어 놓으며 말했다.

“그 일기를 쓰신 손화사라는 분께서 적랑을 얻은 뒤에 우리 가문의 가보가 된 것 같습니다.”

희문이 책을 읽는 동안 유책의 이야기는 계속 됐다.

“여덟 문파가 지배하던 시절 어떤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책에도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그 일이 있은 뒤 그 검들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그 중 적랑, 흑요, 자사, 청파 이 네 자루에 대한 이야기만 조금 나오는데 그 검들이 각자 괴이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괴이한 힘이라는 말에 하진의 눈이 잠시 반짝였다. 하곡의 유문도장에서 겪었던 흑요라는 검의 이상한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서였다. 하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량이 적랑을 풀어 앞에 내 놓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검의 능력은 뭔가?”

사량의 물음에 유책이 반가운 얼굴로 적랑을 받아 들더니 말했다.

“적랑은 사람을 베면 벨수록 칼날이 붉어진다고 하네. 게다가 적랑이란 검이 가진 원래 성격이 피를 머금고 싶어 하기 때문에 끝까지 베어내지 않고 그 끝에 걸린다네.”

“그 끝에 걸린다고?”

유책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사량이 되물었다.

“말 그대로 세상 그 무엇도 완벽한 절단을 하지 못하는 검일세.”

유책의 말에 사량이 말도 안 된다는 듯 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했다.

“참 그러고 보니 예전 이 검을 뽑아 들었을 때 뭔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것도 혹 이 검 때문이 아닌가?”

사량의 말에 갑자기 유책의 눈이 커졌다. 뭔가 많이 놀란 듯 자신의 손에 들린 적랑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정말인가? 자네에게 그 일이 일어났다는 말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는 유책의 모습을 이상하게 느낀 희문도 유책을 보며 말했다.

“맞네, 눈이 마치 산짐승의 눈처럼 번뜩이더군.”

희문을 말을 듣고 유책이 한숨을 작게 내쉬더니 말했다.

“그것이 바로 적랑의 다른 능력입니다. 검 스스로 선택한 주인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검이 가진 욕망이 주인에게 옮겨가는 것이라 일기에는 쓰여 있는데 그것이 사용하는 검사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주인을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해를 끼친다고?”

사량이 해를 끼친다는 말에 이렇게 묻자 유책이 검을 살짝 뽑아 칼날의 빛깔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검 스스로가 자신의 색을 찾고 싶어하는 걸세. 그래서 강한 살기를 가진 자를 만나면 그 주인의 명을 갉아 먹으면서 사람들의 피를 머금고 붉어지고 싶어하는 거지. 검이 주인의 혼을 잠식할때마다 일년씩 명이 줄어든다고 쓰여 있네. 대대로 손가 가문의 사람에게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네한테도 일어날 줄은……”

유책이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실수였다고 생각했는지 안타까운 표정을 짓자 사량이 웃으며 말했다.

“일년씩이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게 무슨 상관이 있겠나? 그나저나 자네 어째서 저 검을 나에게 준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사량의 얼굴을 바라보던 유책은 적랑을 다시 사량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나 자네에겐 혹 도움이 될까 해서 건넨 것인데 그게 자네에게 해가 될지도 모르겠군.”

유책은 이렇게 말하고서는 사량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량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자네 마음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말게”

“그렇다면 다른 검들이 가진 능력은 무엇인가?”

희문이 뒤쪽에 앉은 하진을 한 번 바라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적랑말고 다른 검들의 능력은 간단하게만 적혀 있는데 자사는 자줏빛 칼날이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인다고 하고 청파의 경우는 스치기만 하여도 상처가 갈갈이 찢겨 패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흑요의 경우는…..”

유책이 흑요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려 하는데 희문이 하진에게서 흑요를 받아 유책에게 내 밀며 말했다.

“이게 그 흑요라는 검일세”

“아!”

유책은 희문이 내민 흑요를 받아들고 자루에 달린 네 개의 돌기를 살펴보다가 말했다.

“흑요는 주인의 피를 빤다고 합니다. 그 검은 칼날이 실은 요괴의 일부분이란 말이 잠시 나오는데 그래서 사람의 피가 검날을 타고 돌면 그 예리함과 강도가 배가 된다 합니다. 그리고……”

유책이 이렇게 말하고 흑요를 가지고 있던 하진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 주인에게 변화가 생긴다고 합니다.”

“변화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껏 유책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하진이 이렇게 물었지만 유책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머뭇거렸다.

“이 아이가 내 손자 하진이란 놈일세. 유문좌파의 유호종이 내가 맡긴 이 검을 이 아이에게 다시 준 것 같은데 그 뒤에 피를 빨린 것 같네”

대답을 머뭇거리는 유책을 보며 희문이 이렇게 말하자 유책이 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강하지 않은 자는 몸 속에 흐르는 요괴의 피에 먹혀 변화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어르신께서 검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되신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만.”

“확실히 내가 검의 향기를 맡게 된 것이 이 흑요를 얻게 된 이후였지만 난 피를 빨린 적은 없었네. 하진은 피를 빨렸으니 어쩌면 더 다른 변화가 나타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 이구만.”

희문이 이렇게 말하고는 하진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뭔가 생각하는 듯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숙였다.
유책은 하진에게 흑요를 다시 건네고는 말했다.

“그 변화가 무엇인지 모릅니다만 흑요를 지배하는 자야 말로 생사를 지배하는 자라는 말이 적혀 있소. 조심하는 게 좋을 듯 싶소만”

하진은 유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흑요를 다시 허리에 찼다. 그 때 희문이 고개를 들어 하진을 보면서 말했다.

“그 검을 계속 쓸테냐?”

희문의 물음에 하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저 손유책이라는 남자의 말을 믿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방안이 조용해졌는데 그 것을 깨고 사량이 입을 열었다.

“다른 검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가?”

“내가 찾아본 바로는 이 네 자루에 대한 이야기 밖에 없었네. 꽤 많은 사서들을 찾아보았지만 사서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것으로보아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것 같아.”

유책의 대답에 희문이 입을 열었다.

“이미 우리 손에 적랑과 흑요가 있으니 자사와 청파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되겠는가?”

“일기가 적혀 있을 당시 적랑은 손가의 뢰격류에 흑요는 나안문의 양평웅에게 있었으니 다른 검들도 그 당시 여섯 문파에 흩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책의 말에 희문이 어렵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예전 팔문파 시절의 문파들은 이제 남아 있지 않은데 힘들 것 같구만.”

“하지만 그 중 이름은 다르지만 원류를 이어받은 문파들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팔륜문 같은 경우도 예전 백형류를 이어 받은 문파이고 섬현파 역시 세현파를 이어받은 경우니 그런 문파들을 찾아본다면 분명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유책의 입에서 팔륜문의 이야기가 나오자 희연의 눈이 잠시 술렁였다.

“아무래도 추가비류를 찾아가 상의를 해봐야 겠구만.”

희문이 희연을 보며 이렇게 말하고서는 잠시 멈추었다 유책에게 말했다.

“어떤가 자네도 가지 않겠나. 그 검들을 찾으려면 자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일세”

희문의 물음에 유책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겨우 입을 열었다.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은 무슨 생각인가, 그렇게 오랫동안 죽은 듯 묻혀 살았으니 이제 세상 구경도 할때가 되었네.”

생각해 보아야 겠다는 말에 사량이 이렇게 말하더니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같이 가세.”

사량의 말에 유책이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일어나면서 말했다.

“차 좀 내오겠습니다.”

유책이 차를 내온다며 방을 나가자 벽을 기대고 한 쪽에 앉아 있던 인하가 입을 열었다.

“저희 아버지 일 때문 이시라더니 그 검들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인하의 갑작스런 물음에 희문이 난처한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

“그 검들이 너희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단다.”

난처함을 피하느라 희문이 대충 둘러대자 그것을 눈치 챘는지 인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 하진이란 분이 차고 계시는 것이 아버지께서 아끼시던 검 같은데 그 것을 저분이 가지고 계신 것은 또 무슨 이유 입니까?”

“유호종 어른이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의 안전을 부탁하시며 내게 주신 것이요.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유호종 어른을 돌아가시게 한 도끼사내가 이 흑요란 검을 찾고 있었으니 이 검에 대해 알면 그 도끼 사내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그런 것이오.”

하진의 말을 들은 인하의 얼굴에서 의심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희문은 하진이 혹 유인하가 실은 아버지를 상처 입히고 도장 제자들을 모두 죽인 살인귀라는 것을 말할까 싶어 조마조마하고 있다 안심한 표정으로 하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량의 얼굴은 어두워 졌다. 자신의 부하들을 잔인하게 죽인 그 살인귀가 살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저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었다. 불쑥 그의 가슴에서 살의가 솟구쳤지만 사량은 그것을 꾹 눌러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희연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옆을 지나 밖으로 나가는 사량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만약 자신이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저 유인하란 아가씨가 살아있는 사실을 쉽게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희연은 사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은 조일후를 용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잠시 후, 유책이 차를 가지고 온 뒤 한 참이 지나서도 사량은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차를 마시며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던 희문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루 묵어갈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러기는 힘들 것 같고 여기서 상양이 그리 멀지 않으니 어서 빨리 상양으로 떠나야 할 것 같네. 어떤가? 같이 갈 텐가?”

희문이 이렇게 말하고 일어서자 유책도 따라 일어서더니 말했다.

“저는 여기 남아 있겠습니다. 혹 죽었다던 친구가 살아올지도 모르니 그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유책의 대답에 희문이 할 수 없다는 듯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자! 상양에 가는 길에 마을에 들러 쉬도록 하지.”

희문의 말에 사람들이 유책에게 인사를 하고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유책이 배웅이라도 하려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사량이 방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같이 가지 않을 텐가?”

“자네에게 이야기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네. 양진이 살아 있다네.”

유책의 입에서 흘러나온 양진이란 말에 사량의 눈이 커졌다.

“아니 그가 정말 살아 있단 말인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사량이 유책의 양어깨를 잡고 이렇게 물었다.

“어제 아침에 운하궁에서 편지가 왔는데 운하궁 지하에 그동안 갇혀 있다가 얼마 전에 탈출했다고 하더군.”

유책의 말에 사량이 금방 눈물이라도 흘릴 얼굴이 되어선 말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다니 믿을 수가 없구먼.”

“그래. 나도 믿을 수가 없지만 혹 그가 나를 찾아올 것 같아 떠날 수가 없네.”

유책의 말에 사량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알겠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가 정말 찾아오거든 내 안부라도 전해주게”

유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량과 함께 방을 나오며 말했다.

“저기 많이 다친듯한 아가씨가 유호종의 딸 같은데 그렇다면 요즘 시끄러운 그 살인귀가 아닌가?”

유책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사량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맞아. 내 부하들을 죽였던 원수이기도 하지”

“뭐?”

유책의 놀란 얼굴에 사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떠날 채비를 마친 마차에 오르며 유책에게 말했다.

“언제 친구들끼리 모여 술 한 잔 나눌 때가올지 모르겠구먼.”

“분명 그럴 때가 올걸 세”

다른 이들과 작별 인사를 마치고 마차가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유책은 마차가 사라지고 난 뒤 방으로 돌아와 찻잔에 남아있던 식은 차를 들이키고는 중얼거렸다.

“친구들이 모여 술을 마실 때가 정말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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