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대로 츠키카게 란
2007년 1월 29일 by 김 승엽Tweet

바람 부는 대로 츠키카게 란
전형적 사무라이 액션물에서 낭인은 어떤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방랑이란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터벅 터벅 악의 세력에 위협받는 마을로 들어서는 그들의 모습은 전형적이면서 또한 매력적일 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들의 시작이 되곤 한다. 그들이 왜 방랑생활을 하게 되었는가 보다 그들이 방랑하며 어떤 일을 겪는지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일반적인 이러한 이야기들은 상당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 무엇에도 구속 받고 있지 않으며 떠도는 방랑 검객의 이야기. ‘바람부는 대로 츠키카게 란’ 역시 이런 방랑 검객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이제껏 사무라이 액션물에서 소외되어 왔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인공 츠키카게 란은 외형상 보기에도 남성적 매력이 풍기는 보이쉬한 여성으로 성격 마저도 남자 못지 않게 호탕한데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다. 왜 이 츠키카게가 술을 마시는가 하는 물음이 작품 중간 언뜻 드러나긴 하지만 그 이유 보다 무엇인가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 이라는 생각을 들게한다. 무엇을 잊기 위해 츠키카게는 술을 마시는가? 아쉽게도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잊을 것이 무엇인지는 알려주고 싶어하지 않는것 같다.
사실 사람을 베는 검객에게 술이란 떼어낼 수 없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죽인 자에 대한 생각으로 고통받는 인간에게 술은 잠시 동안의 안락을 선사하는 피난처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술은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줄 뿐 해결책은 될 수 없으므로 결국 인간은 더욱 더 피폐해진다..
오프닝에서의 한 장면
츠키카게 란의 오프닝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왠지 이 장면이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란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아 넣어 보았다. 흐르는 시냇물에 발 담그고 누워 있는 모습이 어딘가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준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가지고 떠도는 방랑 검객의 이미지는 아주 슬프지만 매력적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작품들의 소재가 되고 있는데 너무 전형적이란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혼자만으로는 길게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츠키카게 란에서는 묘철권(猫鐵拳) 먀오 라는 또 다른 아가씨가 등장한다. 이 먀오 아가씨도 비밀 투성이의 등장인물로 수행을 위해 여행을 다닌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란 과 마오주인공인 두 여자의 과거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 이 두 사람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과거를 쫓던 카우보이 비밥의 등장인물들과는 대조적으로 이 츠키카게 란과 먀오는 현재에 충실하며 하루 한 병의 술이면 만족하고 좋은 잠자리라면 더 더욱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과거를 버리고, 자신을 버린 채 방랑하는 삶. 날씨가 좋으면 나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고 특별한 목적도 보이지 않는 두 여자의 여행. 가볍고 어디든 기대지 않는 그러한 삶을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꿈꾸지만 실은 아주 힘든 삶임에는 틀림없다
과거에 휩쓸리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뜻하는 이 두 사람 란과 먀오는 일정한 목적이 없는 방랑생활을 한다. 다만 자신이 세운 정의에 어긋나는 일에 겉으로는 차갑지만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하고야 마는 란 이란 아가씨는 무척이나 남성적면서 그 속에는 여성스러움을 숨기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이기에 더욱 더 남성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녀가 만나는 수많은 사무라이들과 그녀와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적 차이에 기인한 벽이 아닌 검객으로서의 정의의 차이에서 오는 것임을 감독은 말한다. 켄신이 막부 말기의 어수선한 세상을 떠도는 살인마의 이미지라면 란은 에도시대 평화로운 세상에 독버섯을 제거하는 청소부의 이미지 라고나 할까.
자유로움 그대로를 상징하는 이 츠키카게 란은 방랑검객물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며 한편 한편이 독자적인 줄거리로 이해 가능한 에피소드 형식을 취함으로 해서 그러한 자유스러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주제가인 “바람부는 대로( 風まかせ )”는 츠키카게 란의 시대물 성격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는 몰라도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트롯풍의 노래다. 얼마나 귀에 익숙한지 한 두 번 정도만 들어도 멜로디가 외워져 버리고 만다.
가짜와 진짜.란과 먀오 콤비가 유명세를 타자 그들을 따라하는 가짜가 등장한다.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 그들 때문에 곤란하게 된 란과 먀오는 결국 그들을 찾아 나서는데….
츠키카게란에서 가장 맘에 드는액션 장면의 연출을 보면 순식간에 몇 개의 컷트가 지나가며 긴박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는데 마치 빠른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게 한다. (한번 느리게 봤는데 너무 빨리 지나가는 장면이라 그런지 그림체가 거칠기는 하다.)
주목해 볼 만한 점으로는 액션장면을 들수 있다. 전에 켄신 추억편을 들면서도 이야기 했었는데 츠키카게 란도 검술에서의 리얼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진검으로 단칼에 승부가 나는 이러한 검투 장면은 정말 리얼하고 스피드감도 그대로 살아 있다. –부시도 블레이드란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단칼에 승부가 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다만 너무나 승부 결정이 빨리 나서 아쉽다면 아쉽다고 할까.[1]
관객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방랑 검객의 이야기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무장한 바람부는 대로 츠키카게 란 이지만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매력적이지만 식상해져 버린 방랑 검객을 여성으로 대체한 것 만으로는 그러한 식상함을 피할 순 없다. 관객에게 익숙해져 있는 캐릭터 일수록 캐릭터 원래의 맛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게 나름대로의 생각인데 란 의 캐릭터는 이러한 원래의 맛을 제대로 살리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검술의 디테일은 실제처럼 리얼하지만 차가움으로는 나오지 않는 방랑검객의 열혈의 정열이 보이지 않는다.
또 단점이라면 스토리의 부재를 들 수 있겠다. 한편 한편이 에피소드처럼 이어지지만 비밥이나 다른 여타의 애니메이션 처럼 큰 줄거리가 존재하고 그러한 큰 줄거리의 모양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 원칙인데 너무 자유스러움을 추구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러한 전체적인 큰 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뼈대가 존재하고 그 모습을 가끔 이나마 보여 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도 할까.
마지막으로 주제가 흐리다. 한가지의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애니메이션은 관객의 주목을 끌 수가 없다. 인간성이면 인간성, 검객의 도라면 검객의 도 이렇게 확실한 한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이 작품에서 그것이 확실치 않아 아쉽다.
감독 다이치 아키타로우(大地丙太郞)의 작품들
- 빨간 망토 차차 / 赤ずきん チャチャ / 1994년~1995년 / 연출
- 요정공주 렌 / Fairy Princess Ren / 1995년 / 감독
- 리리카 SOS / ナ-スエンジェルりりかSOS / 1995년~1996년 / 감독
- 아이들의 장난감 / こどものおもちゃ / 1996년 / 감독
- 멋지다 마사루 / すごいよマサルさん! / 1998년 / 감독
- 오쟈루마루 / 1998년~ / 감독
- 지금, 거기에 있는 나 / 今, そこにいる僕 / 1999년 / 감독
- 바람 부는대로! 츠키카게 란 / 2000년 / 감독
- 오쟈루마루 / おじゃる丸 / 2000년 / 감독
- 츠키카게는 작품 내 내 한번도 피를 흘리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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