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 추억편 (OVA)
2007년 5월 1일 by 김 승엽Tweet
유신검객 낭만담 – 떠돌이 켄신 (추억편)
그 긴 연재가 막을 내렸을 때 우리나라 신문에서도 이 만화에 대해 다룰만큼의 이슈가 되었다. 유신시대를 살아가는 검객의 이야기를 다룬 이 만화는 TV 애니메이션, 극장판, OVA를 넘어 게임까지 그 영역을 넓혔고 그 중 긴 TV 시리즈의 외전격인 OVA와 극장판은, 하나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른 하나는 주인공 켄신의 얼굴에 난 십자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다루려 하는 켄신 추억편은 4편짜리 OVA로 켄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내용과 연출, 퀄리티는 극장판보다 오히려 위라고 생각할 정도로 뛰어나다. TV 시리즈가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해 퀄리티가 극장판보다 못한 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고 OVA역시 극장판보단 퀄리티가 떨어지는게 보통인데 이 켄신 추억편 4편의 퀄리티는 극장판 보다 뛰어나다. 실제 같은 섬세한 배경과 조금 더 현실감 있는 캐릭터들은 기존의 켄신 시리즈와는 다른, 조금 더 인간적 고민에 빠진 켄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왠지 캐릭터를 보며 신세기 에반겔리온을 떠올렸다. 어쩌면 에바에서 대사 중간, 배경을 보여주며 화자의 심적 갈등이나 감정 상태를 나타내던 연출방법이 이 켄신 OVA에서도 사용되는데 그것이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에반겔리온의 연출이 인상 깊었는지 켄신에서의 이러한 연출이 눈에 확 들어왔다.-[1]
또 켄신의 과거, 얼굴에 생긴 십자 상처에 얽힌 이야기는 기존 켄신 팬들을 끌어들이기 충분했고 멜로물의 분위기도 있어 켄신을 모르는 사람도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극 초반은 하드고어적인 살인 장면이 등장해 보는 이들의 치를 떨게 하고 후반은 연인을 죽인다는 멜로적인 연출로 가슴을 아리게 한다. -실제로 켄신 추억편 1편을 보던 여자 후배하나가 10분 정도에 포기할 뻔 했다.- 화면 가득한 혈우보다 죽어나가는 부녀자들의 모습과 대개는 모자이크 처리를하는 리얼한 살인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아가씨들 목을 베고 아이도 죽이려고 하는 장면과 사방으로 잘려 흩어지는 시체의 모습은 이런 고어적 연출에 익숙한 사람도 거부감을 느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살상장면은 초반 이후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 얼굴에 상처가 날 때의 켄신의 잔혹함과 비의 피를 뿌리는 장면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의 내용은 토모에와 켄신과의 관계가 펼쳐진다. 앳된 켄신과 흡사 누나와도 같은 토모에와의 관계는 애정으로 바뀌게 되고 그러한 와중에 그녀가 겪는 심적 갈등이 일기와 단검이라는 매체와 켄신에 대한 그녀의 태도 변화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둘의 관계를 계산에 넣은 적이 둘의 관계의 어두운 면에 도사리고 있는데 이 어두운 일면이 전면에 떠오르면서 극은 종결로 치닫는다. 밭을 일구고 약을 팔면서 점점 무디어져 가는 검객의 날카로움과 자신의 죽인자들의 망령에 괴로워하는 켄신의 갈등은 점점 토모에에게서 느끼는 모성애와 애정 그리고 보호하고 싶은 보호본능의 발현 등으로 인해 희석되어 가고 그러한 켄신의 변화는 토모에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언뜻 불순한 여자로 보여질 수도 있는 토모에의 이러한 변화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짓눌리고 보호받을수 밖에 없던 여성에게 주체적 자아가 성장해 감을 보여주고 그러한 갈등에 대한 묘사로 인해 약혼자를 죽인 원수에게 사랑을 느끼는 토모에란 여자를 조금 씩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토모에의 이러한 감정변화에 대한 묘사가 없었다면 극은 매우 단조로워지고 말았을 것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둘 사이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극은 종결로 향한다. 토모에의 정체가 드러나고 켄신이 그녀의 뒤를 쫓으며 눈길에서 적의 공격을 받을 때 그의 뺨 상처가 벌어지게 되고 눈 밭에 뿌려지는 피에서 비극이 비쳐진다. 상처 받은 육체 만큼이나 망가진 켄신의 마음은 어쩌면 변명이라도 토모에의 말을 듣고자 했을 것이다. 죽음을 헤치고 나타난 일순간의 빛 속에서 토모에는 적의 칼을 몸으로 막아 켄신을 구하고 죽어간다. 그러나 켄신의 칼에 베어 바닥에 뿌려진 피는 그녀의 향기 만큼이나 짙게 두드러지고 마지막 켄신의 품에서 켄신의 뺨에 그어 완성된 십자의 상처는 그녀의 용서와 원망 그리고 애정의 상징이 되어버리고 만다. – 한 쌍의 남녀에 의해 완성된 십자상처는 그런 이유로 지워지지 않는가 보다. 잊지 말라는 의미, 용서의 의미, 원망의 의미….수많은 의미로 켄신의 뺨에 남은 십자 상처는 그와함께 수많은 싸움을 함께 하게 된다.
켄신 OVA의 특징은 이러한 리얼리즘과 감정 묘사인데 리얼리즘을 말한다는 게 좀 이상하지만 TV 시리즈의 역날검을 사용하는 켄신을 파헤친 글에서는 역날검 이란게 비록 날은 없지만 그걸 맞은 자가 살수 있겠냐는 말이 있었다. -아마도 죽지 않으면 불구자가 되지 않을까- 목검으로도 머리를 맞으면 함몰될텐데 말이다. 거기다 여러 가지 비현실적인 상황이 있지만 켄신 OVA에서는 TV와는 달리 이런 리얼리즘에 조금 신경을 썼다. "-류 -파","-류 -검"하는 웃기는 일갈도 사실 목숨을 건 혈투에 나올 수 없는 것 일텐데 TV판과 극장판에서는 등장한다. OVA에서는 이러한 외침이 없어짐으로 해서 싸움은 더욱 리얼해지고 움직임은 비밀스러워진다. 비천어 검류라는 비전의 검을 쓰는 켄신의 살인자로서의 모습이 이런 점에서 더욱 완성도를 가지게 된다.
유신의 성공을 위해 적을 베는 어둠의 남자, 켄신의 비극적 러브스토리는 이렇게 끝이나고 토모에의 동생 에니시의 분모에 쌓인 눈빛이나 엔딩 비주얼에서의 모습이 이후의 행방을 축약해 나타내 준다. 잘 때도 검을 놓지 못하는 켄신의 내면묘사가 실사와 같은 배경과 연출로 형상화된 이 OVA 4편이야말로 켄신 시리즈중 역작이라 할 수 있다.


- 에반겔리온에서는 이러한 연출이 제작비 절감을 위한 연출이었을지는 모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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