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재떨이
2007년 10월 10일 by 김 승엽Tweet
밤 중에 커피에 넣을 설탕이 없어서 부엌에 나갔다. 창으로 비친 불빛이 꽤 밝아 불도 켜지 않고 설탕 봉지를 넣어두는 서랍을 열다가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작은 그릇을 손으로 건드렸다. 물 같은 것이 담겨 있었던지 철렁하며 손에 튀었는데, 무슨 그릇인가 하고 그림자 속에서 꺼내 보았더니 재떨이였다. 파란색 플라스틱으로 된 재떨이였는데 거기서 튀긴 물이라 담뱃재 냄새가 나겠다 싶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재떨이 한 쪽에서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집 앞에 놓는 화분에서 떨어졌을 법한 붉은 색 난꽃 한 송이가 물이 부어진 재떨이에 줄기를 담그고 있었다. 어머니가 화병 대신 재떨이를 씻어 물을 담고 꽃을 놓아두신 모양이었다.
재떨이가 아니라 화병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물 묻은 손의 냄새를 맡았던 일이 머쓱해졌다. 그리고 꽃과 재떨이, 이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단어가 어울려 있는 모양이 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를 떨면 재떨이, 꽃을 놓으면 화병. 태생이 어떻고 생김새가 어떻든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그릇이나, 사람이나 하물며 블로그에서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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