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ic – Tortured Brain #8


2007년 10월 16일 by 김 승엽 View blog reactions

비상 계단을 통해 지하 2층의 주자창 문 앞에 다다랐을 때 헬릭은 여자를 문 옆에 앉히고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긴 다음 주자장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이 곳까지 오는 동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여기서 누군가를 마주친다면 일이 틀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오렌지색 전등이 켜져 있는 주차장 한 쪽 구역에서 자신의 차를 찾아 문을 연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봐 지금 퇴근하는 거야?”

멕킨지가 막 자신의 차에서 내리며 헬릭을 부르고 있었다.

“응 조금 늦었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헬릭이 대답하자 멕킨지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퇴근 했다가 카심이란 남자가 다시 불러들이는 바람에 다시 돌아왔어. 막 집에서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자료실에서 뭔가 폭발했다고 그러더라고.”

“아! 그래? 그런 소리 못 들었는데. 그럼 수고하라고.”

“어 그래!”

멕킨지가 이렇게 말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차 문을 열다가 자신이 뭔가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멕킨지의 뒤를 따라갔다. 그의 생각대로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 있어야 할 멕킨지는 비상계단 문 앞에 서 있었다.

“당신 누구야!”

멕킨지가 여자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는 순간 헬릭이 권총 손잡이로 그의 뒷 목을 내리쳤다. 힘 없이 바닥에 쓰러진 멕킨지를 비상계단 안 쪽으로 옮기자 여자가 말했다.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는군.”

“엘리베이터가 정지했다는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이럴 필요도 없었어. 게다가 이 남자 내 친구이기도 하니까.”

적당한 변명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할 수 없었다. 헬릭은 얼른 여자를 일으켜 자신의 차로 향했다. 여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석에 올라타 엔진에 시동을 거는데 창가에서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루이스가 헬릭의 머리를 겨누고 서 있었다. 루이스는 총을 겨눈 채 왼손으로 차 문을 열어 헬릭을 끌어 내려 엎드리게 한 뒤에 권총을 빼앗아 허리에 꽂고는 여자를 내리게 했다.

“굉장히 빠르군 벌써 여기 도착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루이스의 말에 엎드린 채 머리에 양 손을 대고 있던 헬릭이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할 말이야. 그리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걸어서 빠져 나가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카심이 오기 전에 일을 끝낼까?”

루이스의 말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헬릭이 여자를 바라보았다. 헬릭의 앞에 모포를 두른채 맨 발로 서 있는 여자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당신도 우리 쪽 사람이군.”

여자가 입을 열자 루이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맞아. 그래서 이 헬릭이란 남자를 당신에게 보낸 거지.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어.”

“배신하려는 건가?”

“아니! 좀 더 안전한 길을 택하려는 것뿐이야. 너를 여기서 죽이는 게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니까. 게다가 의심받고 있는 이 헬릭이란 남자를 내가 처리하면 나에 대한 정부의 의심도 줄어들 테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루이스의 총이 발사됐다. 동시에 여자가 뒤로 쓰러지는 것이 헬릭의 눈에 들어왔다.

“자 이제 네 차례야.”

총구가 헬릭의 뒤통수에 와 닿았다가 떨어졌다. 머릿속에서 카운트가 시작된다.

'3…2…1…'

총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은 느낌에 눈을 꼭 감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몸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통증 대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일어나!”

여자의 목소리였다. 누워서 가슴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헬릭이 일어나 루이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까 저기 비상계단에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서 빼앗아 놓았던건데 당신을 구하는데 쓰게 되는군.”

여자가 이렇게 말하더니 가슴의 총상에 손을 가져갔다. 붉은 피를 만져 눈으로 확인하고는 헬릭을 바라보았다.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약기운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전과 다름없었다.

“몰라. 죽음은 신의 영역이니까.”

“어울리지 않게 종교까지 있는 거야.”

“아니! 종교는 없지만 무신론자는 아니야.”

헬릭이 그녀를 안아 조수석에 태웠다. 그리고 차를 운전해 주차장 입구 쪽으로 향했다. 작동 않는 차단기를 그대로 통과해 건물을 빠져 나오면서 헬릭이 차창에 고개를 기대고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야?”

“왜 이름을 먼저 묻는 건지 알려주면 이름을 알려주지.”

“아까 말해주지 않았던가? 그게 새어나가도 상관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라고.”

“성의 없는 대답이었잖아.”

“음 그런가? 그럼 당신의 이름을 알고 싶어서라고 할까?”

“그건 마음에 드는군.”

“그럼 어서 말해봐.”

“……”

헬릭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뭐가 즐거웠던 것인지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미소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헬릭이 오른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려다 멈칫했다. 대신 자동차의 속도를 올렸다. 길게 뻗은 도로 위로 헬릭과 여자를 태운 자동차가 달려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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