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in – 마녀, 여왕이 되다 #2
2007년 10월 29일 by 김 승엽 View blog reactions
관찰대상
셔틀 버스와 지하철등을 갈아타며 24구역에 도착했을 때는 집결시간을 2시간 정도 남기고 있었다. 중간에 버스 터미널에 있는 취침용 캡슐에서 잠을 청하긴 했지만 새로운 상황에 대한 묘한 흥분과 기대감때문인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피곤은 남아 있었다. 3번 게이트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 한 쪽에 있는 여행자용 안내 콘솔에 다가가 묻자 지도에서의 위치와 함께 택시를 이용하라는 답을 주었지만 지도 상에 나타난 거리로 약 4킬로미터 정도였기 때문에 나는 남은 시간 동안 천천히 걸어가기로 하고는 지하철 역을 나왔다. 키 작은 건물들을 지나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어둡고 긴 도로를 한 시간 정도 걷자 3번 게이트까지 남은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가 나타났다. 그 뒤로 약 10분 정도 더 걷자 드디어 3번 게이트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상에 낮게 돔 모양으로 세워진 3번 게이트는 주위가 온통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돔을 비추고 있는 지상의 푸른 조명은 오래되어 벗겨지고 바랜 건물 외장을 그대로 드러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는 돔 정면에 검은색으로 씌여진 3번 게이트란 글씨를 잠시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분명 여행자들을 위한 곳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었다.
3번 게이트에 거의 다다르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이 소총을 등에 맨 채 내가 건넨 신분증과 취업 서류가 담긴 파일들을 자신의 PDA 에서 확인하고는 손가락으로 자신 바로 뒤 쪽을 가리켰다.
“6번 탑승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인원들과 같이 가시면 됩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6번 탑승구로 들어갔다. 환하게 불이 켜진 복도를 지나 대기실에 도착하자 건장한 남자들 몇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풍기는 냄새, 그것은 내게 익숙한 냄새였다. 땀과 피 그리고 숫컷들의 페로몬이 뒤섞인 시큼하고 진한 냄새. 욕구와 본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그 냄새. 나는 잠시 그 냄새에 취한 듯 멈추어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기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눈이 대부분 내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한 명이 내게로 다가와 물었다.
“GPC에서 오셨습니까?”
내게 묻는 남자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반짝이고 있었다.
“네.”
“잠시 뒤에 대장님이 오시면 출발할 겁니다. 대장님이 감찰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니 조심하시구요. 그리고 성함이?”
“토마스 헤이든 입니다.”
“아! 그럼 그냥 토미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는 쟈크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장비가 저 쪽에 있으니 미리 확인해 두시는게 좋을 겁니다.”
남자가 이렇게 말하고는 문 옆에 놓인 전투베낭과 소총을 가리켰다. 멋대로 토미라고 부르겠다 것도 그렇지만 대장님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그의 얼굴에 나타났던 일그러진 웃음에서 나는 내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전투 베낭 쪽으로 다가가 물품들을 확인하자 쟈크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의 감찰관들이 묘한 사건들을 당해서 이번에는 감찰관의 경호원을 보낸다고 하더군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나중에 확인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대답하고 라이플을 집어들어 작동을 확인하자 아직 돌아가지 않고 서 있던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특히 소총은 잘 확인해 두시는게 좋을 겁니다. 전의 감찰관은 총기 오발사고로 죽었거든요.”
쟈크가 이렇게 말하고 돌아간 뒤 나는 소총을 들고 베낭을 깔고 앉아 주위를 다시 살펴보았다. 20여명의 남자들이 몇 명씩 무리를 지어 떠들고 있었다. 몇 명은 나를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대 부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용병이 오히려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쟁터에서 동료들에게 경계를 받는다는 것은 괴롭고 위험한 일이었다. 아마 이전의 감찰관들도 사고로 위장되어 저들에게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어쩐지 일이 술술 잘 풀린다 했더니 결국에는 이렇게 어그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래도 경호원이 있다는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적어도 혼자보다는 둘이 조금은 나을 테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