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학을 하는가?


2007년 12월 11일 by 김 승엽 View blog reactions

내가 이용하는 다른 블로그 서비스인 문장에선 최근 네이버의 블로그 씨 처럼 블로그 공감이란 이름으로 작가들이 질문을 던져준다. 평소엔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뭔가 끄적거리고 싶어
[소설가 송현승의 질문] 당신이 문학을 하는 이유는?
당신이 문학을 하는 이유는? 보여주는 거 말고 욕망도 말고 흔해빠진 삶도 말고 아무에게도, 심지어는 너 자신에게조차 말해본 적 없는 진짜 이유, 는?
이라는 물음에 참가했다. 결국 적절한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

사무용 의자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그는 자신의 블로그 상단에 올라온 질문을 되씹었다. 굵은 글씨의 질문만 생각한다면 대답은 수도 없이 많았다. 주위 사람들 몰래 숨겨둔 습작들은 자신의 보물 같고 그것들이 언젠가 진짜 보물이 되어 먹고 살 걱정 없게 해줄 수 도는 로또로 변할지 모른다는 허황된 꿈도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었고, 세상 모든 자신 없는 것들 중에 그나마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도 대답이 될 수 있었으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칭찬이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라는 것도 대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쓴 글이 정말 보물이 되어 먹고 살 걱정을 해결해 줄 수 있게 되는 것은 로또 당첨 만큼이나 힘든일이며,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다는 것도 한 문장을 고민하며 밤을 지새는 수 많은 문학가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단지 욕망에 기대어 문학에 기생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꽤 괴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다행인지 질문은 굵은 글씨에서 끝나지 않고 긴 꼬리를 달고 있었다.

"당신이 문학을 하는 이유는? 보여주는 거 말고 욕망도 말고 흔해빠진 삶도 말고 아무에게도, 심지어는 너 자신에게조차 말해본 적 없는 진짜 이유, 는? "

나 자신에게조차 말해 본 적 없는 진짜이유라…… 이제껏 스스로에겐 물어본 적이 없어 질문에 답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평소의 성격대로라면 질문자를 허망하게 만드는 단순한 답으로 웃어 넘겼을테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재밌으니까요. -끝- ", "하고 싶어서요 -끝-" 이러는 것은 예의도 하닌 것 같고 뭔가 질문의 날카로움에 비해 너무 무뎌서 재미도 없다. 해리성 정신 장애라도 있으면 쉽게 대답이 나오려나 하고 생각하다 그는 퍼스널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를 켰다. 그리고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고 질문을 하면 뭔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설에서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문학을 하는 이유는? 보여주는 거 말고 욕망도 말고 흔해빠진 삶도 말고 아무에게도, 심지어는 너 자신에게조차 말해본 적 없는 진짜 이유, 는?"

그는 워드프로세서에 이 질문을 적어놓고서는 주인공 K가 이 질문에 고민하고 고민하다 워드프로세서를 켜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쓴다라고 적으려다 그만 두었다. 뭐 재미나긴 했지만 여전히 답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문학을 한다는 대답도 할 수 있지만 질문은 단지 그의 이유 만을 묻고 있었으니 그런 거창한 대답은 필요없었다.

커피도 다 떨어지고 담배도 한 대 피웠으니 대답이 나와주면 좋겠는데 여전히 소설의 주인공도 그도 적당한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러다 그는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는 일을 하나 떠올렸다.

예전 손금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볼 때 그는 자신의 생명선이 다른 이들에 비해 반토막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적이 있었다. 선의 길이로 명을 따져보니 서른도 되지 못해 단명할 것 같았던 그는 손금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믿지는 않았지만 덜컥 겁이 나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그래도 세상에 났으니 뭐 하나 남겨 놓고 죽어야 할 텐데 혹 생명선처럼 단명하기라도 한다면 뭐 남기고 말 것도 없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늦기 전에 뭐가 좋을가 생각하다 떠올린 것이 글이었다. 자신이 죽어도 글은 어딘가 남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진시황 처럼 불로초를 찾아다니는 것 보다 글을 남겨 그 속에서 오래 살아보려고 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글에도 생명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 실수였다. 나중에 그것을 깨닫고 오래 살아남는 글을 쓰려고 하다보니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했던 것이었다.

다행히 아직 죽지 않았고 생명선도 꽤 길어졌지만 시작했을 때의 저 생존과 불멸에 대한 욕구가 자신이 문학을 하는 이유에 가장 근접한 답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마음에도 안들고 허황되고 재미도 별로 없지만 그래서 스스로에게 숨기고 있던 답이었기 때문에 솔직하자면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질문을 읽어보니 욕망도 말고 라는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온다. 결국 그는 워드프로세서를 꺼버리고 작성했던 글들을 지워버리고 주절거렸다.

"이유 같은게 어딨어! 종이가 있으니 끄적거리고 키보드가 있으니 두드리는 거지"

그리고는 담배를 꺼내 물고 포기할 줄 알았던 질문을 다시 자신에게 던진다.

"야! 넌 문학을 왜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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