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in – 마녀, 여왕이 되다 #9
2008년 5월 4일 by 김 승엽Tw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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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고할 생각입니까?”
진지한 표정으로 그가 물었지만 나는 머뭇거릴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보고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보고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지 궁금해졌다.
“달리 생각하진 않았지만 최대한 사실대로 보고하는게 맞겠지요.”
내 대답에 에릭이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유랑민과의 전투에 대한 부분을 조금 바꿔주시겠습니까?”
“예?”
정확히 어떻게 바꾸기를 원하는지 알 수 없어 이렇게 되묻자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우리가 생포한 남자에게서 들었던 내용을 빼주십시오. 그가 이주민이라고 말한 부분 말입니다.”
“어째서지요?”
“우리가 선제 공격을 당했고 그들이 이주민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이주민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민간인과의 전투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정작 내가 받을 설문지에 이번 전투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살아남은 이주민의 존재가 그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 남자는 죽일 겁니까?”
“그래야겠지요.”
“이주민의 선제 공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첨부한다고 해도 그렇게 바꾸기를 원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보고서에 내용에 대해 기술하라는 지시가 없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이주민 남자의 죽음에 간접적이지만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절하는 대신 그가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기로 했다.
“그를 살려 준다면 말씀하신대로 보고하지요.”
내 대답에 그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그를 그냥 풀어 줄수는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당신과 에린이 그 포로를 책임져 주십시오.”
에릭은 이렇게 말하고는 내 옆을 지나 쟈크에게 돌아갔다. 포로로 데리고 다니라는 말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의도들을 생각해 봤지만 역시 모두 내게 불리한 것들뿐이었다. 귀찮은 짐을 떠맡은 사실을 에린이 알면 뭐라고 할지 궁금했다.
부서진 2대의 APC 대신 임시 기지로부터 새로운 APC와 정찰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사이 사상자들의 수습 작업이 끝났다. 1소대의 사상자가 3명, 2소대의 사상자가 6명으로 에릭과 쟈크 그리고 에린과 나를 제외한 17명이 남아있었다. 에릭은 중대 본부의 인원으로 부족한 인원을 보충하는 대신 사상자의 이송을 명령하고 쟈크와 함께 작전에 대해 상의했다. 이미 3소대로부터 불시착한 셔틀을 발견했으며 문건이나 정보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었으므로 정보원이 문건과 함께 어딘가에 숨어 있거나 벌써 보르조이에게 잡힌 것일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문건과 정보원의 행방을 추적할지 상의하는 사이, 에린이 치료를 마친 포로를 데리고 왔다. 총상을 입은 허벅지에 붕대를 감고 절뚝거리며 끌려온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내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우리에게 이 남자를 데리고 다니라고 하던데 어떻게 된거지?”
에린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있었다.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사상자가 많으니 우리 손을 빌리려는거겠지!”
“웃기지마. 이 남자를 치료한 건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으니 우리가 맡을 이유가 없어. 왜 이렇게 된거지? 너도 당연히 거절해야 하는데 그렇게 수긍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뭔가 있군.”
달리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말을 돌려 남자에게 물었다.
“이봐. 넌 이름이 뭐지?”
“…….”
내 물음에 남자대신 에린의 다그침이 이어졌다.
“말을 하지 않겠다면 좋아! 이 자를 죽이면 그만이니까.”
그녀가 이렇게 말하고 소총을 남자의 머리에 겨누었다. 꿈쩍하지 않는 남자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난 사실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 둬! 이주민과의 전투에 대한 것을 비밀로 하는 대신 그를 살려두기로 한거니까.”
“뭐라고? 어째서지!”
사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불필요한, 아니 피할 수 있는 살인을 막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에린에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반응이 어떤 것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좋아! 이렇게 됐으니 할 수 없지. 하지만 이것만 알아둬. 내 임무는 당신의 경호뿐이라는 것 말야. 그러니 내가 이 꼬마까지 보호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마!”
그녀가 총구를 거두자 남자가 고개를 들어 에린에게 소리쳤다.
“위성용 좌표 측정기를 가져간 거 당신이지?”
남자의 말에 에린이 반사적으로 소총을 겨누었다가 말했다.
“재밌는 장난감이라 구경 좀 할 테니까 다른 놈들에게는 이야기하지마. 다행히 아무도 관심 없는 것 같으니까.”
좌표 측정기라는 말에 나는 에린을 바라보았다. 뭔가 그녀가 적당한 해명을 해주길 바래서 였지만 그것은 단지 내 바램일 뿐이었다. 묘한 표정을 짓고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단순한 호기심인지 감추어둔 의도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것으로 뭘 하려는 거지?”
“특별히 목적이 있진 않지만 나중에 유용할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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